SEM 전자총 원리와 총을 갖고 싶던 어린 시절의 값비싼 추억

Last Updated on 2024-03-03 by BallPen

주사전자현미경(SEM)의 전자총(electron gun)에서 전자를 만들어내는 물리적 원리와 전자총과 관련된 어린 시절 저의 추억을 이야기 합니다.

SEM 전자총 원리에 대한 본 글 외에도 SEM 관련 다른 글들을 다양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주사전자현미경과 관련된 기초 물리학 이론
  2. 주사전자현미경의 전체적인 구조와 구성
  3. SEM 전자총 원리와 총을 갖고 싶던 어린 시절의 값비싼 추억
  4. 주사전자현미경에서 ‘주사’란 무엇인가?

SEM 전자총의 원리를 이야기 하기 전에 저의 어린 시절 추억을 먼저 이야기할게요.

1. 텔레비전 속의 전자총을 꺼내본 어린이

1-1. 텔레비전 속에 전자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였어요. 당시에는 국민학교라고 했습니다. 벌써 30년도 넘은 세월이 흘러갔네요.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구독해준 학생과학(65년 창간)이라는 과학전문 잡지가 있었어요. 지금으로 치면 과학동아(86년 창간) 쯤 되는 잡지입니다.

저는 학교 마치고 교실에 남아 그 잡지를 자주 읽곤 했습니다. 시골에 있는 학교라 과학에 대한 정보를 얻을데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학생과학을 보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아마도 4학년 쯤 되었을 거에요. 그날도 새로 들어온 학생과학을 보고 있는데 텔레비전의 원리라는 기사가 있었어요. 그 기사에는 텔레비전 화면이 나오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텔레비전의 브라운관 구조도를 보여주는 그림이 있었어요. 아래 그림처럼요.

전자총이 장착된 브라운관 구조도. 그림에서 4번이 전자총입니다.

[그림 1] 전자총이 장착된 브라운관 구조도. 그림에서 4번이 전자총입니다. (출처: Theresa Knott, Yuval Y, Cathode_ray_tube_-_neutral.png, Attribution-ShareAlike 3.0 Unported (CC BY-SA 3.0))

그런데 그 그림에서 브라운관의 한 끝에 전자총이 있다고 그려져 있는 겁니다. 초등학생 대상의 잡지이다 보니 전자총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은 당연히 없었겠죠.

저는 그 기사를 보고 전자총을 영화 스타워즈(1977년 작품)에 나오는 광선검이나 슈퍼맨(1978년 작품)의 눈에서 발사되는 레이저와 같이 아주 강력한 힘이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 전자총이 정말 갖고 싶었어요.

1-2. 텔레비전이 가구이던 시절, 텔레비전을 부수다.

텔레비전은 가전제품인가요? 가구인가요? 적어도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는 값비싼 가구였어요.

우리 집에는 삼성 텔레비전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에 있는 흑백 이코노 TV(75년 출시) 였어요. 그때 당시에는 텔레비전이 엄청 비싼 물건이었어요. 마치 가구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가전제품이 아니라 가구처럼 보이지 않나요? 네개의 다리가 있고, 텔레비전 본체는 양쪽으로 열리고 닫히는 문 뒤에 있어요.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려면 그 문을 양쪽으로 밀어 열어야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텔레비전을 보지 않을 때에는 그 문을 닫아 놓았어요. 귀중한 물건이니 아껴야 되잖아요.

잠금장치도 있었던것 같애요. 문을 닫은 다음에 열쇠로 잠그면 문이 열리지 않아 텔레비전을 볼 수 없었답니다.

삼성 이코노 TV 외부 모습

[그림 2] 삼성 이코노 TV 외부 모습 (출처: Samsung Newsroom)

그런데 그렇게 귀한 텔레비전 안에 전자총이 있는 겁니다.

저는 텔레비전을 볼때마다 그 전자총이 너무 궁금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시장에 가신 어느날 드라이버를 들고 텔레비전의 뒤쪽 나무 판넬을 고정하는 나사를 풀렀어요. 그 안이 궁금하세요? 아래 사진과 같은 브라운관이 보입니다. 물론 엄청나게 큰 육면체 변압기도 있고, 회로 기판도 있었어요.

전자총은 텔레비전 브라운관의 뒤쪽 끝에 있습니다.

[그림 3] 전자총은 텔레비전 브라운관의 뒤쪽 끝에 있습니다. (출처: “CRT” by cjr5270 is marked with CC PDM 1.0)

전자총이 있는 브라운관 끝 부분의 상세 모습

[그림 4] 전자총이 있는 브라운관 끝 부분의 상세 모습 (출처: By © Raimond Spekking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84658671)

저는 학생과학을 읽었기 때문에 브라운관 끝부분에 장착된 투명한 부품이 전자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저는 뒤 패널을 열어둔채로 텔레비전을 켜보았습니다. 왜냐면 텔레비전이 켜질때 전자총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가까이 가서 관찰했더니 전자총이 있는 부분에 흐릿한 주황색 불빛이 보입니다.

역시 전자총은 무언가 특별한 것 같애요. 바로 꺼내봐야 되겠습니다.

바로 텔레비전을 끄고 망치를 들고 와서 전자총이 있는 부분을 내리 쳤습니다.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전자총이 있는 부분이 툭 깨져 버렸어요. 신기한 것은 바람소리가 났어요. 아무튼 저는 망치로 나머지 부분을 깨트려 드디어 전자총을 꺼냈습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어요. 지금도 기억나요. 금속들이 햇빛에 반짝였거든요.

전자총

[그림 5] 전자총 (출처: By Roychai at English Wikipedia – Transferred from en.wikipedia to Commons., Public Domain,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741742)

1-3. 예쁘기는 한데 내가 기대했던 총이 전혀 아니다.

전자총을 드디어 꺼냈어요. 물론 텔레비전 브라운관은 깨져 버렸죠.

전자총을 꺼내서 손위에 올려보았는데 무겁지도 않고 아주 가벼워요. 전혀 총 같이 안생겼어요. 가운데가 비어있는 원통형 금속들이 보이구요. 흐릿한 불빛이 보이던 곳에는 꾸불꾸불한 선이 감겨 있었어요.

예쁘기는 합니다. 금속들이 아주 빤짝이거든요.

결론적으로 나는 그때 처음 전자총을 만져보았어요. 물리적 원리는 전혀 모르지만요.

1-4. 시장에 가셨던 부모님이 집에 돌아오시다.

텔레비전을 망가트려서 많이 혼났을거 같죠. 물론 망가진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어요. 그러나 심하게 혼나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이것 저것 분해를 좋아하는 성격을 알고 계셨거든요.

물론 값비싼 돈을 주고 TV는 수리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텔레비전을 못보았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텔레비전을 분해하고 감전되지 않은게 다행이에요. 그래서 지금 무사히 옛날을 추억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때가 그립습니다.

2. SEM 전자총이 전자를 만드는 원리

만드는 방법에 따라 전자는 크게 두 종류의 이름이 있습니다. 모두 똑같은 전자입니다만 전자총에 따라 열전자(thermoelectron)와 전계방출전자(Schottky-emission electron 또는 field-emission electron)로 나뉩니다. 이때 열전자는 thermionic emission gun으로 만들고 전계방출전자는 Schottky-emission electron gun과 field-emission electron gun으로 만듭니다.

2-1. Thermionic emission gun

Thermionic emission gun은 텅스텐, LaB6 단결정 등으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필라멘트에 전류를 흘려 필라멘트를 가열시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저항에 전류를 흘리면 저항이 뜨거워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즉 저항을 필라멘트로 간주하시면 됩니다.

필라멘트는 주변에 공기가 있으면 산화되어 끊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진공속에서 필라멘트를 켜게 되는데요. 이때 약 2800 K 정도로 가열된 필라멘트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는 밝은 불빛 뿐만 아니라 전자도 방출됩니다.

금속 내부의 전자는 원자들에 의해 구속되어 있습니다. 그 구속되어 있는 에너지를 일함수(work function)라고 하는데요. 제공되는 열에너지가 그 일함수의 에너지 값보다 크게 되면 전자가 금속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뜨거운 물체로부터 방출되는 전자라는 의미에서 열전자라고 부릅니다. 과거 대부분의 전자현미경은 열전자를 사용하였습니다.

주사전자현미경에서 thermionic emission gun을 이용하면 다른 전자총에 비해 상대적으로 휘도가 낮고, 전자 생성원(electron-source size)의 크기가 10 \mu \mathrm{m}에서 20 \mu \mathrm{m} 정도로 크며, 방출된 전자의 에너지 퍼짐(energy spread)이 넓어 전자현미경의 공간분해능 측면에서는 단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낮은 진공도에서도 전자들을 안정적으로 생성할 수 있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저가형 SEM, 안정적인 전자빔을 요구하는 반도체 장비 및 표면과학 연구 분야 등에서 그 수요가 여전히 많습니다.

텅스텐 필라멘트에 불이 켜진 모습. 필라멘트에서는 밝은 불빛 뿐만 아니라 열전자도 방출됩니다.

[그림 6] 텅스텐 필라멘트에 불이 켜진 모습. 필라멘트에서는 밝은 불빛 뿐만 아니라 열전자도 방출됩니다. (출처: By Created by Deglr6328, uploaded by Superclemente – en.wikipedia.org,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543448)

제가 어렸을 때 텔레비전 브라운관을 부수기 전에 보았던 흐릿한 주황색 불빛은 전자총의 필라멘트에서 방출된 것입니다. 그 필라멘트가 켜지게 되면 전자도 방출됩니다만 아쉽게도 전자는 우리 눈에 보이지를 않습니다.

아울러 브라운관을 망치로 쳤을 때 ‘쉬익!~~’하는 소리가 났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소리는 브라운관 내부가 진공으로 되어 있는데 브라운관이 깨져 공기가 유입될 때 나는 소리였습니다. 진공으로 만든 이유는 필라멘트의 산화 방지와 전자총에서 방출된 열전자가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2-2. Schottky-emission electron gun

Schottky-emission electron gun은 아래 사진과 같이 역 V자 모양의 텅스텐 필라멘트 끝에 한 끝이 날카로운 텅스텐 선을 용접하여 붙인 후, ZrO2 덩어리를 측면에 부착합니다.

그러면 진공중에서 가열된 ZrO2 덩어리가 ZrO 화합물을 형성하여 날카로운 텅스텐 팁을 코팅하게 되죠. 그리고 텅스텐 팁의 앞 부분에 금속 전극을 두고 높은 고전압을 인가하면 강한 전기장이 팁의 끝부분에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 팁의 일함수가 매우 낮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낮은 텅스텐 팁의 온도에서도 전자가 방출되는데 그 전자를 전기장방출전자 또는 전계방출전자라고 합니다.

전계방출전자를 생성하는 SEM 전자총 모습

[그림 7] 전계방출전자를 생성하는 SEM 전자총 모습 (출처: By ErwinMeier – Own work, CC BY-SA 4.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97136554)

전계방출전자는 전자 생성원의 직경이 15 nm에서 20 nm로 무척 작을 뿐만 아니라 지극히 안정적인 전자빔이 얻어져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진공 중 물과 산소의 분압이 높은 경우 전자총에서의 전자방출을 방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물과 산소분압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10-7 Pa 이하의 초고진공 환경이 필요합니다.

2-3. Field-emission electron gun

Field-emission electron gun은 고분해능 전자현미경에 주로 사용되는 전자총입니다. 이 전자총은 지극히 높은 전기장을 금속 표면에 인가하면 금속내의 전자가 강제적으로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이 전자총은 앞에서 본 Schottky-emission electron gun과 유사한 모양으로 제작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ZrO2 덩어리를 부착하지 않고, 텅스텐 팁을 가열하지 않아 상온에서 동작된다는 것입니다.

이때 텅스텐 팁 앞에 수 kV의 고전압을 인가하면 터널링효과에 의해 텅스텐 팁으로부터 전자들이 방출하게 됩니다. 이것을 field-emission 효과라고 합니다. 이 효과에 의해 생긴 전자는 전계방출전자 또는 냉전자(열전자와 반대 되는 개념으로서)라고도 부릅니다.

상온의 날카로운 팁에서 field-emission 효과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팁이 매우 깨끗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이 전자총은 약 10-8 Pa 이하의 초고진공 환경이 필요합니다.

이 전자총의 전자 생성원은 약 5 nm에서 10 nm 정도로 매우 작습니다. 따라서 고분해능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더욱이 텅스텐 팁을 가열하지 않으므로 전자빔의 에너지 퍼짐이 작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그러므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속전압에서 현미경을 운영하더라도 Chromatic 수차 없이 고분해능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3. 만들어진 전자를 가속시키는 방법

SEM 전자총 전체 구조도

[그림 8] SEM 전자총 전체 구조도 (출처: Stefan.Richtberg, CC0 1.0 Universal (CC0 1.0) Public Domain Dedication, 이미지 일부 변형)

위 그림은 전자총에 대한 구조도입니다. 그림은 Thermionic emission gun에 대한 그림인데요. 기본적으로 전자를 만들어내는 필라멘트 부분만 다르고 나머지 구조는 모든 전자총이 비슷합니다.

약 2800K로 가열된 텅스텐 필라멘트(1번)에서 열전자가 방출되면 웨널트 실린더(Wehnelt cylinder)(2번)라고 불리는 음전압이 걸린 장치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 장치를 사용하는 사용하는 이유는 필라멘트에서 방출되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전자를 모아주고 전자빔의 전류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에 있는 금속판(3번)은 가속전극으로서 1 kV에서 30 kV 정도의 매우 높은 양전압이 걸려있습니다. 따라서 웨널트 실린더를 통과한 전자를 아주 빠르게 가속시켜 줍니다. 가속된 전자는 가속전극의 중심부를 통과하여 지나가게 됩니다.

웨널트 실린더가 전자빔을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에 따라 웨널트 실리더와 가속전극 사이에 전자빔이 잘록하게 모여지는 영역이 존재하게 되는데요.

SEM 전자총 전면부에서 방출된 전자가 웨널트 실린더에 의해 전자빔의 단면적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때 빔의 단면적이 최소인 부분을 crossover라 합니다. 위 그림에서는 가장 위쪽 전자총(electron gun)에서 방출된 전자빔이 고전압 양극판 앞에서 한번 잘록해지는데 그 부분이 crossover입니다.

[그림 9] SEM 전자총 전면부에서 방출된 전자가 웨널트 실린더에 의해 전자빔의 단면적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때 빔의 단면적이 최소인 부분을 crossover라 합니다. 위 그림에서는 가장 위쪽 전자총(electron gun)에서 방출된 전자빔이 고전압 양극판 앞에서 한번 잘록해지는데 그 부분이 crossover입니다.

그때 직경이 가장 작은 곳을 crossover 라고 부릅니다. 앞에서 전자 생성원이라는 말을 언급했는데 전자 생성원이 crossover에서 전자빔의 직경을 뜻합니다. 예를들어 thermionic emission gun의 전자 생성원의 크기가 15 \mu \mathrm{m}에서 20 \mu \mathrm{m}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값이 crossover의 직경 값인 것이죠.

4. SEM 전자총 특성의 요약 정리

구분텅스텐
TE gun
LaB6
TE gun
SE
gun
FE
gun
전자 생성원 크기15~20 \mu \mathrm{m}10 \mu \mathrm{m}15~20 nm5~10 nm
휘도(Acm-2rad-2)105106108108
에너지 퍼짐(eV)3~42~30.7~10.3
수명50 h500 h1~2년수년
필라멘트 온도(K)2 8001 9001 800300
전자빔 전류 요동(per hour)<1%<2%<1%>10%

*TE gun: Thermionic emission gun, SE gun: Schottky-emission electron gun, FE gun: Field-emission electron gun을 뜻합니다. 휘도는 20kV의 가속전압에서 측정한 것입니다. (출처: SEM A to Z, JE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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