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022-12-27 by BallPen
천문대에서 별을 관측하는 천문학자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 오늘은 이 책을 모두 읽었어요.
이 책은 미국 워싱턴 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인 에밀리 레베스크(Emily Levesque)가 쓰고, 김준한 번역가가 옮긴 책입니다.
천문학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양한 일화가 소개되어 있어요.
1.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 – 이 책의 저자는 천문학자 에밀리 레베스크입니다.
저자는 천문학을 연구하면서 전세계의 다양한 천문대를 이용하였고, 수많은 천문학자들을 만나 그들이 경험한 과거 천문대에서의 특별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은 저자가 MIT에 입학하여 물리학을 공부한 후 직업 천문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천문학자들이 천문대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하죠.
전세계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천문대가 있어요. 이러한 천문대는 돔이 있고 그 돔안에 천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요.
천체망원경은 사용된 거울의 지름에 따라 200인치(약 5.1 m) 망원경, 4 m 망원경, 10 m 망원경 등으로 구분해요.
또한 과거 천체망원경에는 거울 뿐만 아니라 관측된 상을 사진으로 인화할 수 있도록 사진 건판이 사용되었답니다.
그런데 이 건판은 의외로 깨지기 쉬워요.
또한 상이 맺히는 감도를 천문학자 각자의 노하우를 동원하여 조절해야 했고, 조절이 끝나면 건판을 프라임 포거스(prime focus)라고 하는 망원경에 들어온 빛이 상을 맺는 위치까지 기어올라가 건판을 설치해야 했어요.
따라서 거대한 망원경은 건판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위험하고 설치과정에서 사람이 언제든지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환경이었답니다.
또한 책에는 천문대 자체의 손상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총알이 천문대 거울에 상처를 낸 이야기도 흥미로워요.
이 책의 제목인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와 관련된 내용도 있어요. 천문대는 돔의 문을 열고 망원경이 하늘을 향해야 수 광년 떨어진 별들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런데 하늘에 구름이 끼거나,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어 주변의 먼지가 유입되면 천문대의 돔을 닫아야 하고, 결국 별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심지어는 저 멀리 떨어진 화산이 폭발하여 별을 관측할 수 없게 되기도 하죠.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천문학자는 자신에게 할당된 관측시간을 허비하게 됩니다. 그냥 앉아서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할당된 시간 동안 주변 환경이 좋아지지 않으면 관측에 실패하고 맙니다.
따라서 천문학자에게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는 천문대의 답변은 끔찍한 말이 되는 거에요.
2. 암흑 물질의 존재 증거 발견 이야기
이 책에서 아주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베라 루빈(Vera Rubin)이라는 여성 천문학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은 1960년대에도 여전히 여성 과학자가 천문대의 망원경을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어요. 따라서 천문대에는 여성을 위한 숙소도 없고 화장실도 없었어요.
베라 루빈은 196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팔로마 200인치 망원경의 관측 시간을 잡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어요. 물론 아주 힘겨운 성차별을 이겨내고 관측시간을 잡은 거에요.
베라 루빈은 1967년 관측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수천억개의 별이 모여 있는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멀리 있는 별일 수록 공전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믿었어요.
그 이유는 별들의 대부분이 모여 있는 은하의 중심과 멀리 있는 별 사이에는 그만큼 중력이 약해지므로 이동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판단한 거죠.
이러한 생각은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중력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면 은하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별의 공전 속도는 느려져야만 하니까요.
물론 간단한 수학적 과정을 통해 증명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베라 루빈이 나선 은하의 운동을 연구하는 중에 위에서 설명한 예측을 쉽게 입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들은 전혀 천천히 공전하지 않았어요.
은하의 중심에 가까운 물질 만큼이나 빠르게 회전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존 중력 이론에 따르면 이정도의 속력이면 은하의 가장자리에 있는 별은 은하로부터 떨어져 나가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도 않았어요.
베라 루빈은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몇달 동안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볼 수 있는 물질 뿐만 아니라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없는 어떠한 암흑 물질인 헤일로(halo)가 은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는 몰라요. 만약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종전의 중력이론은 틀리게 됩니다.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을 볼 수 없어요.
3. 천문학의 새로운 기술들
이 책을 읽으면 천문학 분야의 새로운 기술들도 알게 되요.
첫번째는 소피아(SOFIA, 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 망원경이에요.
이 망원경은 지상에 있는 망원경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허블망원경처럼 우주 공간에 떠있는 망원경도 아닙니다.
놀랍게도 보잉747 여객기를 개조해 2.7m 망원경을 그 안에 장착해서 성층권에서 비행기 문을 열고 관측하는 망원경이에요.
성층권에서는 대기중에 존재하는 수증기의 99%가 없으므로 지상에 도달하지 못하는 적외선 파장대의 빛을 관찰할 수 있어요
이러한 천문학의 분야를 비행천문학이라고 합니다. 정말 신기하죠.
두번째는 자동 망원경을 이용한 자동 관측입니다
과거에는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자가 천문대를 직접 방문하여 망원경 오퍼레이터와 함께 별을 찾고 건판을 설치하는 등 직접적인 관찰행동이 있어야 했어요.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망원경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측자로부터 관측 조건을 주문받으면 망원경 오퍼레이터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망원경이 하늘의 특정한 부분을 자동으로 관측하게 해요. 또한 새로운 현상이 발생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자동으로 추적하여 스펙트럼을 얻는 기능도 있어요.
이 과정에서 천문학자는 천문대를 방문할 필요도 없고 추위에 돔을 열고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이 없어도 되니 방대한 하늘을 매우 넓게 분석할 수 있고 이미지 처리도 자동으로 하게 되죠.
세번째는 큐 관측법입니다.
이 방법은 수많은 관측조건을 접수 받은 후 시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관측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따라 원격으로 망원경을 제어하며 관측하는 방법이에요.
과거에는 하루밤 내내 한 천문학자가 망원경을 독점적으로 활용했어요. 따라서 한 천문학자의 관측시간이 끝나야 다음 관측자가 활용할 수 있고, 당일의 관측조건이 맞지 않으면 하루밤 동안 망원경을 활용하지 못해요.
하지만 큐 관측법은 노출이 긴 관측과 노출이 짧아도 되는 관측을 조합하여 관측 목록을 만들기 때문에 하룻밤 동안 1초동안의 시간 낭비도 없어요.
뿐만 아니라 구름이 낀날에는 상대적으로 밝은 별의 관측을 위해 큐 목록을 운영하고, 맑은 날에는 어두운 별을 관측하도록 하여 시간 효율성을 극대화합니다.
허블우주망원경도 큐 관측법을 적용하여 운영합니다.
4. 함께 보면 좋은 책
‘오늘 밤은 별을 볼 수 없습니다’와 함께 보면 좋은 책입니다.
책 제목이 비슷한데요.
심채경 행성과학자가 지은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입니다. 이 책은 2021년 2월에 문학동네에서 초판 발행했어요.
심채경 저자가 공부해온 이야기부터 우주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통통튀는 표현이 아주 재미있어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에요. 물론 심채경 박사님은 나를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