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 – 퇴직 후 2개월 동안 벌어지는 은퇴 경험담

Last Updated on 2021-09-08 by BallPen

몇 달 전 나는 인생의 첫번째 조기 은퇴를 경험 했다. 은퇴 후 삶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하게 변했다.

은퇴 후 삶 – 나는 지금도 은퇴 후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이 소중한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혼자 등산하는 길에, 나무를 바라보며…

은퇴 후 삶 : 저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떨어졌다가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나겠지요.  우리 은퇴자의 삶도 그럴까요?
은퇴 후 삶 : 저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떨어졌다가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나겠지요. 우리 은퇴자의 삶도 그럴까요?

은퇴 배경

내 나이 48. 나는 대기업에서 임원급으로 근무했다. 나름 잘 나갔고 성과도 많이 만들어 회사로부터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어느날 부터 하루 하루가 무의미한 생각이 들었다. 집에 오면 사소한 일로 짜증내기 일쑤였다. 혼술은 제법 많이 늘어 가족으로부터의 잔소리도 시작되었다.

회사가 나에게 주는 임무도 과거와 달리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 그리고 조직 생활에서 원치 않게 만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의 스트레스도 컸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은 외로웠다.

이때쯤 사장은 나에게 더 높은 직책을 제안했다. 나는 이 제안을 받았을 때 기쁘기 보다는 은퇴를 할 순간이 왔음을 느꼈다. 만일 그 직책을 수락하게 되면 영원히 떠나지 못할 것 같았다. 또 나의 건강도 해칠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두 달 전 회사의 정기인사에 맞추어 나는 조기 은퇴했다. 그리고 은퇴 후 삶 이 시작되었다.

은퇴 후 삶

가치있는 풍요로운 삶을 추구하는 파이어족들과 달리 나는 은퇴 후에 대한 많은 생각과 설계를 미처 하지 못했다. 다소 갑작스럽고 즉흥적인 조기 은퇴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기대하지 못했던 처음 경험하는 다양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

1. 가족

은퇴 직후 : 시간이 많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된다. 가족도 내가 평일 집에서 딩굴딩굴 하고 있는 모습을 생전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 말 들으니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 학원에도 데려다 주고 데려 온다. 가족과 커피숍도 함께 가고 여행도 간다.

두 달 후 : 시간이 갈수록 가족과의 시간이 점점 재미 없어진다. 부부간에도 예전 같았으면 서로 묻어버릴 일을 이제는 서로 잘 알기 때문에 다툼도 더러 발생한다. 내가 집에서 해야 하는 집안 일이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점점 당연시 된다.

2. 여가

은퇴 직후 : 앞서 말한 것처럼 시간이 많다. 징그럽게 울려대던 전화도 더이상 오지 않는다. 소소한 재미거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시작했다. 대학다닐 때 제법 잘 했으니 테란과 프로토스의 기지 건설과 공격 방법이 금방 생각났다. 또 한 동안 치지 않던 골프도 시작했다.

두달 후 : 혹시 전화가 온곳이 없나하고 간혹 아니 자주 들여다 본다. 그러나 온 전화는 역시 없다. 내가 없으면 회사가 안돌아갈 줄 알았는데 잘 돌아가는 모양이다. 이럴때 친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마땅히 연락할 친구도 없다.

소소한 재미거리였던 스타크래프트도 컴퓨터를 모두 이기고 나니 재미가 없다. 배틀넷도 들어가서 기웃거렸으나 아이들이 하는 수많은 욕설에 질려버렸다. 예전에 나도 그랬을 텐데 지금의 나는 욕쟁이 청소년들 걱정하는 꼰대다.

골프는 좋은 운동이다. 예전에 누군가가 모든 운동의 끝은 골프라고 했다. 지금 그걸 느낀다. 만약 골프가 없다면 나의 여가생활도 없다.

골프는 은퇴 후 삶 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골프는 은퇴 후 삶 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스포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사진 장소: 백제컨트리클럽)

3. 심리

은퇴 직후 : 시원 섭섭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잘 맞는다. 일단 큰 스트레스가 없으니 시원하다. 간혹 회사 업무와 회사 동료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내가 회사에 있었다면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될텐데 하는 부질없는 아쉬운 생각을 한다.

주변 사람이 은퇴 이후를 걱정해주는 것이 싫어서 바쁜 척을 많이 한다. 길을 걸을때 마땅히 갈곳도 없으면서 바쁘게 걷는다. 빼곡하던 캘린더는 일정도 거의 없다. 그러면서도 약속 잡을 때 캘린더를 꺼내든다.

우울감이 들고 눈물이 나올 때도 있다. 이때의 눈물은 바쁘게 살다 갑자기 일이 없어지면서 생기는 외로움 때문으로 보는게 좋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낮에 자주 졸리다. 혼술의 양은 많이 줄었다.

두달 후 : 과거의 업무 스트레스는 다른 스트레스로 많이 대치된다. 가족, 아이 학교, 점심에 뭐 먹을지 등 스트레스가 더 다양해졌다.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는 회사를 다닐 때나 은퇴한 지금이나 똑 같다.

우울감은 현재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거의 사라진다. 낮에 졸리는 현상은 지금도 여전하다. 혼술의 양은 회사 다닐때보다는 여전히 줄어 있다.

4.

나는 회사에서 은퇴했다. 그래서 그 회사로부터 더이상 월급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쪽 일에서는 여전히 돈이 생기기 때문에 두번째 은퇴를 하기 전까지는 돈과 관련하여서는 아직 특별한 문제는 없다.

다만 은퇴 후 돈이 부족하다면 정말 생활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몇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중에 연금을 받겠지만 그 연금만으로는 생활비 충당하기도 벅차다. 즉 집안의 의식주를 위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액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020년 기준으로 단지 63만원 뿐이다. 공무원으로 퇴직하시는 분들은 조금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것도 생활비하기에도 벅차다.

둘째, 돈벌이가 없으면 매우 궁색하다. 나중에 친구들과 막걸리 한 잔이라도 편하게 하고 싶으면 적어도 월 100만원을 목표로 스스로 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돈 받아서 생활해야 하는데 이거 쉽지 않다. 자기가 쓸 돈은 스스로 벌어라.

셋째, 돈은 자신을 위해 써라. 자녀를 위해 돈을 써서는 안된다. 또 지금 갖고 있는 자산도 자녀에게 물려주지 말고 죽을때까지 갖고 가라.

넷째, 불필요한 친구들을 모두 정리해라. 운동을 함께하거나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친구는 당연히 있어야 된다. 그러나 불필요하게 소비를 일으키는 친구는 정리하는게 좋다. 그런 친구와 어울리며 흥청망청 돈을 쓰기에는 위험한 시기다.

다섯째,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지 마라. 안정적인 생활이 중요한 시기다. 큰 돈을 벌려다 큰 돈을 잃을 수 있다. 다만 남는 돈이 있다면 여기저기 투자해도 좋겠다.

은퇴 후 삶 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나에 대한 결론,

  • 늙을수록 나의 뜻과 무관하게 배우자나 가족에게 나의 존재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최대한 독립적인 은퇴 후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자연인이 되는 것도 아주 좋은 한 가지 방법이다.
  • 은퇴 후 삶은 시간은 많고 재미는 없다. 젊을 때 늙어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여가 활동을 개발하는 것이 좋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는 글쓰기, 골프다. 특히 골프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또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다.
  • 나는 노년 우울증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할 수 있는 서로 다른 일들을 찾아야겠다. 봉사활동, 주말농장, 유튜브 채널 운영, 골프, 술마시기, 집안 청소, 캠핑 등등 다양한 일을 개발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 아주 늙어서도 내가 쓸돈으로 월 100만원만 벌었으면 좋겠다. 그 돈으로 가족에게 외식도 사주고, 친구 만나서 소소하지만 술값도 내고, 서점에 가서 편하게 책도 사보고, 인터넷 쇼핑도 하고 그랬으면 한다.
  • 건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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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thoughts on “은퇴 후 삶 – 퇴직 후 2개월 동안 벌어지는 은퇴 경험담”

    • 은퇴예정자님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일을 찾고자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정리해서 근황 올려드릴게요.
      고맙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응답
  1. 안녕하세요.
    은퇴 후의 살아가시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네요..
    아직 젊으신 연배인데 은퇴시기를 보통 일반인들보다 당기셨군요
    좋은 계획을 세워놓은게 있으리라 생각 합니다.
    저는 12년 일하던 일터에서 제2의 직장으로 옮겨서 24년 근무하고 퇴직후 제3번째 일을 하고 있는지 벌써5년이 되었네요.
    마침 3번째 사업을 하고있는 직종이 첫번째 직종과 같은 내용이라서 크게 부담되지는 않고 잘 적응하고 있답니다.
    요즘은 우리들 수명이 100세시대라고하지요…앞으로도 40년이 남았고…
    남은 시간 중 최소5~10년은 더 움직여야 …
    몸도, 정신 건강도 뒤떨어지지 않고 어우러져 살아갈듯 하네요.
    사회활동으로 움직이지 않으면…..몸도 마음도 정신도 더 쉽게 늙어버린답니다.
    그리고 60세정도 되면 연금, 적금, 주식 등등 포함 총수입금액이 최소한의 200~400 정도 수입이 생겨야…
    가족들…친구들…남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걸 할 수 있으리라 생각 되네요.
    님의 제2의 변신 한 멋진 모습이 기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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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보다 훨씬 다양한 경력을 가지신 듯 합니다.
      자꾸 시대에 뒤지는 것 같아 저도 요즘 고민이 많아요.
      더욱 사회활동을 많이 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습니다.
      또 말씀하신대로 퇴직후 총 수입금액이 200~400정도 수입이 생기면 좋은데요. 사실 많은 퇴직자 입장에서는 정말 어려운 소득액일거에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많든 적든 스스로 창출하는 소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DS1CLF님,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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