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026-06-06 by BallPen
빛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모두 존재함에도 전기장 만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하는 이유를 알아 봐요.
전자기파는 전기장(E)과 자기장(B)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통 계산할 때 전기장만 계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몇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았어요.
Contents
1. 수학적 종속성
전자기파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맥스웰 방정식에 의해 서로 얽혀 있습니다.

[그림 1]과 같이 진공에서 진행하는 평면파의 경우 다음과 같은 크기 관계가 항상 성립합니다.
\tag{1}
\begin{aligned}
E = cB
\end{aligned}만일 위 (1)식을 벡터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다음 (2)식과 같아요. 여기서 \hat k은 전자기파의 진행 방향을 가리키는 단위벡터로서, 파수 벡터 \vec k의 단위벡터를 뜻해요.
\tag{2}
\begin{aligned}
\vec E &= c (\vec B \times \hat k)\\[10pt]
\vec B &={1 \over c} (\hat k \times \vec E)
\end{aligned}(1) 식은 전기장의 크기가 결정되면 자기장의 크기는 단순히 빛의 속도(c)로 나눈 값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두 장은 위상이 완벽하게 일치하므로 전기장이 보강 간섭을 일으켜 최대가 되는 지점에서는 자기장도 반드시 최대가 됩니다.
따라서 전기장의 거동만 계산하면 자기장의 거동은 수학적으로 100%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중복 계산을 피하는 것입니다.
2. 물질과의 상호작용
물질과의 상호작용에서 전기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광학에서 간섭무늬를 관찰한다는 것은 스크린의 원자나 감광센서 내의 전자가 빛에 반응한다는 뜻입니다. 전하량 q를 가진 입자가 전자기장 내에서 받는 힘은 로렌츠 힘을 보면 그 이유가 명확해 집니다.
\tag{3}
\vec F = q(\vec E + \vec v \times \vec B)여기서 전하가 전기장에 의해 받는 힘은 qE이고, 자기장에 의해 받는 힘은 q \vec v \times \vec B 입니다.
그런데 물질 내 전자의 속도 v는 빛의 속도 c에 비해 매우 느려요.
그러므로 (3)식의 크기 만을 고려한다면 다음의 식이 성립해요. 이때 \vec v와 \vec B는 서로 수직한 것으로 가정할게요.
\tag{4}
\begin{aligned}
F &= qE + qvB\\[10pt]
&=qE + qv {E \over c}\\[10pt]
&={\blue {qE}} + {\red{qE \Big ( {v \over c} \Big)}}
\end{aligned}그 결과 자기장에 의한 힘(빨강색 수식)은 전기장에 의한 힘(파랑색 수식)보다 약 1/c정도 밖에 되지 않아요.
따라서 빛이 물질에 도달하여 일으키는 대부분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는 전기장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런 이유로 전기장을 광벡터(Light Vect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3. 다중극 전개(multipole expansion)
빛(전자기파)이 물질(원자나 분자)과 상호작용할 때, 양자역학에서는 이 상호작용의 세기를 크기 순서대로 나눕니다. 이를 다중극 전개라고 합니다.
- 전기 쌍극자 전이 (Electric Dipole Transition): 빛의 전기장이 원자 내부의 전자를 위아래로 흔드는 가장 강력한 상호작용입니다.
- 자기 쌍극자 전이 (Magnetic Dipole Transition): 빛의 자기장이 전자의 궤도 운동이나 스핀(Spin)과 상호작용하는 현상입니다.
- 전기 사중극자 전이 (Electric Quadrupole Transition): 그 다음으로 약한 상호작용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전기 쌍극자 상호작용이 자기 쌍극자 상호작용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는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그 확률(전이 비율)을 비교해 보면, 자기장 상호작용은 전기장 상호작용에 비해 미세구조상수(\alpha \approx 1/137)의 제곱, 즉 약 10,000배에서 100,000배 이상 약합니다.
따라서 가시광선 영역에서 빛이 물질에 흡수되거나 방출될 때, 자기장의 영향은 오차 범위 수준으로 묻혀버리기 때문에 계산에서 과감히 생략(무시)하는 것입니다.
4. 안테나의 크기 관점
빛의 전기장과 자기장을 감지하는 것은 결국 안테나의 역할을 하는 원자나 분자들입니다.
- 전기장 감지: 막대기 형태의 안테나(다이폴 안테나)가 필요합니다. 원자 속의 양전하(핵)와 음전하(전자)가 살짝 벌어지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막대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 자기장 감지: 고리 형태의 안테나(루프 안테나)가 필요합니다. 자기장이 고리를 통과하며 유도 전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약 500\text{ nm}입니다. 그런데 원자의 크기는 약 0.1\text{ nm}로, 파장에 비해 원자가 너무나도 작습니다.
원자라는 아주 작은 고리로는 이 거대한 파장의 자기장 변화를 제대로 낚아챌(감지할) 수 없습니다. 즉, 자연계의 원자와 분자들은 빛의 자기장에 반응하기에는 구조적으로 심각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우리의 눈(망막의 로돕신 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5. 그렇다면 자기장을 계산해야 할 때는 없는가?
이 깊은 고민의 끝에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전기장만 계산하는 것은 가시광선(광학) 영역에서의 국한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빛의 파장이 길어지거나 특수한 물질을 만나면 자기장이 주인공이 됩니다.
- MRI와 NMR (핵자기공명): 파장이 매우 긴 라디오파(Radio wave) 영역에서는 물질 내부의 원자핵 스핀과 자기장이 직접 상호작용합니다. 이때는 반대로 전기장을 무시하고 자기장만 계산합니다.
- 메타물질 (Metamaterials): 자연계에는 빛의 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이 적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인공적으로 나노 크기의 금속 고리(Split-ring resonator)를 만들어 빛의 자기장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을 발명해 냈습니다. 투명 망토 기술이나 슈퍼 렌즈가 바로 이 ‘버려졌던 자기장’을 정밀하게 계산하고 조작하여 얻어낸 결과물입니다.
결국 우리가 광학 등에서 주로 전기장만 계산하는 이유는 단순한 ‘수학적 편의’를 넘어섭니다.
그것은 가시광선의 파장 크기와 원자의 크기 비율이 만들어낸 자연계의 우주적 스케일 차이 때문이며, 우리 몸과 자연의 물질들이 빛의 전기장에만 민감하게 진화해 온 결과를 반영하는 물리적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