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Updated on 2025-06-18 by BallPen
형사 사건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경찰조사를 받은 후기 입니다.
변호사 선임 후기 글입니다. 이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저와 친분이 있는 분이 형사 사건으로 피해를 당했는데요. 가해자를 고소하여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수 차례 받은 적이 있어요.
이때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사받은 이야기를 제가 듣고 그 내용을 여러분께 공유하는 거에요.
경찰 조사 받을 때 변호사가 필요할지 아니면 없어도 될지, 또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거에요.
편의상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하겠습니다. 이제부터 변호사 선임 후기, 변호사 활용 방법 등의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Contents
1. 변호사 선임 후기
1-1. 변호사와의 만남
저는 형사소송 사건의 피해자입니다.
막상 피해를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경찰 신고를 해본적도 없고 고소장을 써본적도 없을 뿐더러 고소장 자체를 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변호사를 한번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거리로 일단 나갔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변호사 사무실이 많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한 건물로 들어가 1층부터 올라가면서 변호사 사무실을 기웃 기웃 들여다 보았는데요.
그중 한 사무실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검사 출신, 판사 출신 그런거 하나도 알아 보지 않고 그저 기웃 기웃하다 우연히 제 변호사를 만나게 된거죠.
나중에 알아봤더니 제 변호사는 검사 출신도 아니고 판사 출신도 아니더라구요. 그저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개업한 분이었어요.
이게 제 변호사와의 첫만남이었습니다.
1-2. 사건 의뢰와 고소장 작성
[사건 의뢰]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게 공짜가 아니에요. 상담료라고 해서 어떤 변호사는 공짜이기도 하지만 제 변호사는 공짜가 아니었어요.
30분당 5만 5천원을 받아요. 아무튼 일단 자리에 앉았더니 변호사가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요.
그때부터 제가 당한 피해 사실을 주저리 말했어요.
변호사는 제가 한 말을 요약해서 노트에 정리하더라구요. 물론 변호사도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봐요.
그런 식으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모두 다 나눴더니 변호사가 “경찰에 고소해서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이길 수 있느냐?”라고 물었더니 변호사는 “그래야 되겠죠. 그래야 되구요”라고 말합니다.
이 말이 이긴다는 말인지 이길 수 있다는 말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제 마음은 이미 고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사건을 변호사에게 의뢰하기로 했어요.
변호사는 (신이나서) 계약서를 가져 옵니다. 이제 사건 계약을 하는 거죠.
변호사 비용은 경찰수사부터 나중에 손해배상 민사소송까지 해서 한 사건당 400만원 정도 하더군요. 경찰서 조사 동행 1회는 무료이고 2회 부터 55만원의 출장비도 줘야 한다는 계약 내용도 있어요.
물론 합의가 되었을 경우 합의금의 몇 %를 변호사가 가져갈지에 대한 내용 등도 있습니다.
계약서를 모두 작성 후 돈을 입금하면 계약이 완료됩니다.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의 관련 증거자료, 병원 진단서 등을 변호사에게 카톡으로 보내주면 돼요.
[고소장 작성]
돈이 입급되었으니 변호사는 이제부터 제 사건의 고소장 작성을 시작해요. 변호사가 고소장 쓰면서 물어보는게 있다면 답해주면 되고요.
고소장 초안이 나올때까지 몇 일 걸립니다. 기다리면 연락이 올거에요.
몇 일 후, 제 사건의 고소장을 처음 만나게 됩니다. 첫페이지에 고소인과 피고소인 인적사항이 있고, 고소취지, 범죄사실, 고소이유, 증거목록, 별지 등이 적혀 있어요.
생각보다 변호사가 잘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법률 용어들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조리있게 잘 쓴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가 혹시 고칠 부분이 있으면 알려달라는데 사건 정황도 충실하게 작성된 것 같고, 그래서 사소한 사항 몇 개 고치고 검토 끝났다고 했더니 수정 후 바로 경찰서로 고소장을 제출해 버립니다.
그리고는 조만간에 경찰서에서 고소인 조사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올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1-3. 고소인 조사
![[그림 1] 대한민국 경찰청](https://ballpen.blog/wp-content/uploads/2025/06/Korean_National_Police_Agency_Building02-1024x768.jpg)
(사진: By Gohsuke Takama – Flickr, CC BY 2.0)
[조사]
몇 일 후 경찰서에서 담당 수사관이라며 고소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전화가 와요. 그리고 언제 경찰서로 나오라고 말해 줍니다.
저는 변호사와 함께 가기로 했으니 변호사 일정을 물어봐서 알려주겠다고 말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어요. 그리고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그날은 일정이 있어 안된 답니다.
그래서 저와 변호사가 가능한 날짜를 모두 맞춰본 후 수사관에게 전화해 조사 날짜와 시간을 결정했어요.
조사가 있기 몇 일 전에 변호사는 경찰의 예상 질문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미리 답안을 만들어 보라고 해요. 그러면 저는 답안을 작성해서 변호사에게 보내고, 변호사가 다시 검토해주는 형식으로 미리 준비를 했어요.
조사 당일, 변호사와 경찰서 정문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함께 경찰서로 들어갔죠.
조사 받을 때 제 기대와는 달리 변호사는 제 옆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거에요. 경찰이 저에게 질문하고 저는 답하고 그래요. 영화에서 보면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변호사가 계속 가만히 있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하거나 애매한 답을 하면 바로 저에게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게 좋겠다고 조언이나 메모를 전해주기도 합니다. 또 제가 수사관의 질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면 변호사가 쉽게 다시 설명해주기도 해요.
이런 방식으로 약 4시간 정도의 조사가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조서 확인을 하게 되죠.
[조서 확인]
조사가 마무리 되면 경찰이 저와 이야기를 나누며 기록한 사건 조서를 출력해 줍니다. 그리고 수정할데가 있으면 수정하라고 해요
이때 변호사가 꼼꼼하게 조서를 읽어 봅니다. 저도 조서를 읽어봤는데요.
느낀 점은 경찰 경력이 오래되신 분은 조리있게 조서도 잘 작성하는데요. 어떤 경찰은 오탈자도 있고 생각보다 문장 구성이 허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 하나 고치려면 끝도 없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조서에 답변 취지와 다르거나 잘 못 기재된 내용이 있다면 반드시 수정해야 합니다. 왜냐면 조서는 나중에 사건 처리에 있어 중요한 진술 증거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간혹 조서 수정 과정에서 수사관과 변호사가 서로 싸울 뻔하기도 해요. 수사관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수사관은 조서를 수정하는데 상당히 예민하게 구는 경우가 있더라구요.
이럴때는 변호사가 고소인의 권리라며 수정을 왜 못하게 하냐며 저를 대신해 강력히 주장을 해줍니다. 이때는 정말 변호사가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만일 저 혼자 조사받았다면 수정도 못하고 주눅들어서 그냥 도장 찍고 집에 왔을게 뻔하거든요.
1-4. 의견서 제출
고소인 조사를 마쳤다고 모든게 끝난 것은 아니에요. 경찰은 피고소인 조사를 하고 추가적으로 고소인에게 확인할 내용이 있으면 또 경찰서로 오라고 하기도 해요.
이 경우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계약상 2회 경찰조사부터 변호사 출장비를 55만원씩 주어야 해요. 무척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경찰에게 계속 거짓말로 진술하는 가해자가 무척 저주스럽죠. 가해자 때문에 돈이 55만원씩이나 나가게 되니까요. 나중에 손해배상으로 가해자에게서 모두 다 돌려받겠다고 수십번 각오를 하곤 해요.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요.
물론 저를 다시 부른 경찰에게도 좋은 감정이 들지는 않아요.
한편,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경찰서에 가서 직접 말하지 않더라도 저의 의견을 경찰에게 전달하는 방법이 있어요.
예를 들어 가해자가 거짓으로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반박하고자 하는 경우, 추가 증거자료가 나와 이를 경찰에 제출하고자 하는 경우, 사건에 대한 법리적 의견을 추가적으로 제출하고 싶은 경우에는 의견서라는 문서를 경찰에 제출할 수 있어요.
물론 이 의견서는 고소인이 직접 써서 수사관에게 제출해도 됩니다. 하지만 법리적 내용을 더 강력히 주장하고자 한다면 변호사가 있는게 좋아요.
일반인은 법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조리있게 작성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1-5. 사건의 종결: 송치 또는 불송치
이상의 과정을 통해 수사가 마무리 되면 경찰이 가해자를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할 지 아니면 사건을 종결해 버릴지 결정을 합니다.
이 단계에 오기까지 고소장을 제출한 후 빠르면 3개월 이내에, 늦으면 4개월 이상 걸리기도 해요. 생각보다 무척 느리게 진행되요.
가해자가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되었다면 잘 된거에요. 일단 범죄 혐의가 인정된 것이니까요. 조금만 더 참으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거에요. 기분이 아주 좋아요.
하지만 혐의없음, 증거불충분, 죄가 안됨 등의 이유로 경찰이 사건을 종결해버리면 마음이 많이 상합니다. 분명히 피해를 봤는데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겠다고 하니 마음이 어떻겠어요? 경찰이 편파수사를 했다는 의심도 들수 있어요.
만일 경찰의 사건 종결 처분이 너무 억울하고 불합리해서 가해자를 다시 수사 선상에 올리고 싶다면 경찰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어요. 그러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어 추가적인 수사를 진행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의신청서를 작성할 때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왜냐면 경찰이 사건을 종결하게 된 이유를 하나 하나 법리적 해석과 판례를 통해 반박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저 피해가 발생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요즘 잠도 못자고, 불안하고, 처벌해달라고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경찰의 사건 종결 처분을 검찰이 재수사하도록 바꾸기에는 법적 논리와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이의신청서를 철저하게 작성하는게 중요한데 일반인이 하기에는 어려워요.
2. 경찰 조사에서 변호사 선임이 필요한가?
변호사를 만난 후 사건이 종결되고 이의신청하기까지의 변호사 선임 후기 내용을 말씀드렸어요.
누군가는 경찰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의 조력을 꼭 받으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변호사 조력 없이도 경찰 수사를 잘 받을 수 있다고 말해요.
이에 대해 형사사건의 피해자로서 제 경험에서 얻은 결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아요.
정답은 변호사가 없는 경우보다는 있는 경우가 당연히 좋아요. 이것은 분명히 옳은 말이에요. 하지만 수백만원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꼭 필요하냐라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답하겠습니다.
2-1. 변호사가 없어도 되는 경우
- 피해 증거가 너무나도 명확한 경우 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로부터 맞았는데 정말로 한대도 못때리고 일방적으로 맞았으며 목격자나 관련 증거가 모두 명확한 경우
-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는 경우
- 사건이 단순하여 수사 과정에서 연관 사건이 추가적으로 발생될 염려가 없는 경우
- 돈이 없는 경우 등
2-2. 변호사가 있으면 좋은 경우
- 가해자를 진심으로 처벌받게 하고 싶으나 범죄가 인정될지 안될지 애매한 경우
- 가해자가 여러명이거나 가해자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단체가 사건에 개입하는 경우
- 사건 구조가 복잡하거나 후속 연관 사건이 발생되는 경우. 예를 들어 성추행으로 고소했는데 가해자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거나 가해자에 의한 2차 가해가 발생되는 경우
- 피해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경우. 특히 사건 내용을 가족이나 주변에 알리기 어려워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
- 중요한 조사를 앞두고 있는데 수사관이 변호사 데리고 오지 말라거나 변호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반복적으로 종용하는 경우
- 피고소인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
- 돈이 많은 경우 등
3. 변호사 적극 활용 방법
큰 돈을 들여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음에도 변호사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본인 사건이 궁금해도 변호사가 연락해올 때까지 그저 참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절대 안됩니다.
변호사에게 큰 돈을 지불한 만큼 변호사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해요. 변호사 활용 방법 몇가지를 작성하고 이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궁금한게 있으면 변호사에게 참지말고 전화하세요. 또는 카톡으로 언제든 연락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세요. 만일 당장 연결이 안되면 시간을 정해 전화달라고 요구하세요.
- 정보공개청구를 해달라고 하세요. 상대방이 맞고소 했다면 고소장을 확보해달라고 요구하세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다 구해 줍니다. 또 조서도 꼭 확보해 달라고 하세요. 그래야 다음번 조사받을 때 일관된 진술을 유지할 수 있어요. 요구하지도 않는데 변호사가 알아서 일 해줄리가 없어요.
- 의견서, 이의신청서 등의 서류 작성이 필요하다면 작성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세요. 변호사가 검토하여 답변을 줄거에요.
- 2차 가해 증거, 추가 발견된 증거물, 녹취 파일, 주변 인물들의 발언 등 조금이라도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은 변호사에게 모두 전달하세요. 그래야 변호사와의 정보 공유가 됩니다.
- 전화나 카톡도 좋지만 필요하다면 직접 면담하도록 하세요. 의뢰인과 변호사의 관계이기 때문에 상담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요.
- 사건과 관련하여 답변하기 어렵거나 회피하고 싶은 질문은 변호사에게 물어보고 말하겠다고 하세요. 또 합의를 제안하거나 합의 의사가 들어왔을 때 가해자와 직접 만나지 마세요. 변호사에게 맡기는게 좋아요. 좋은 변호사는 중간에서 잘 정리해 줍니다.
- 가족이나 주변 지인에게 말하기 어려운 사건이더라도 변호사에게는 모두 말하세요. 누군가가 자신의 피해상황을 모두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 마지막으로 모든 결정을 변호사에게 맏기면 안됩니다. 중요 결정은 의뢰인이 주도해야 해요. 싫으면 싫다고 말하세요. 주도권을 잃으면 중요하지도 않은 사건에 스트레스만 받고 변호사만 돈 버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요.
이상 변호사 선임 후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