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12월 24일(금) 마산일보 : 근로기준법, 인공위성, 크리스마스 선물

Last Updated on 2024-01-28 by BallPen

1954년 12월 24일(금)은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당시 신문에는 어떤 기사가 있었을까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기사가 있었을까요? 그런데 의외로 몇 개의 크리스마스 관련 광고만 있을 뿐 특별한 관련 기사를 찾기 어려웠어요.

이번 글에서는 마산일보의 1954년 12월 24일자 신문 기사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마산일보는 현재 경남신문으로 이름이 바뀌었어요.

첫번째 기사는 근로기준법에서 제시한 감독관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과, 두번째 기사는 미국 국방성에서 인공위성 관련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아울러 몇가지 재미있는 광고도 함께 보도록 할게요. 옛날 이야기 시작합니다.

근로기준법의 제1조를 보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을 알 수 있는데요.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이 법은 폐지, 제정과 개정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법의 최초 제정일은 1953년 5월 10일이고 당해년도 8월 9일부터 시행되었어요. 그러니 1954년 12월 24일은 시행된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법에 대한 기업주와 노동자 등의 인식이 부족하여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요. 그래서 아래 [그림 1]은 이 법이 정한 내용을 서둘러 이행하도록 당국의 행정조치를 강화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기사에 한자가 섞여있고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이 있어 최대한 현대적 용어로 풀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림 1] 1954년 12월 24일 마산일보 '고수하자! 근로기준법' 기사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그림 1] 1954년 12월 24일 마산일보 ‘고수하자! 근로기준법’ 기사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기사내용]

고수하자! 근로기준법

감독관 설치를 왜 망설이는가?

근로기준법 발췌.

  • 제102조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하여 특별시,도,시,군에 근로감독관을 둔다.
  • 제103조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기숙사, 구비부속시설물에 가서 검사하고 장부와 서류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또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하여 심문할 수 있다

끊임없는 악폐, 의료시설도 대부분 0점

근로자들을 위하여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나아가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제정된 획기적인 ‘근로기준법’은 노사관계의 조정을 전제로 우리나라 근로 대중의 기본적인 권리를 법적으로 옹호하는 숭고한 입법정신에서 출발한 것인데 현재 조건으로서는 그 법의 강력한 실천이 등한시되고 있어 법의 위신은 고사하고 수많은 근로자들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어 사회정책상 당국의 과감한 행동을 요구하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입수된 자료에 의하면 근로기준법이 강력한 법으로 되지 못하는 애로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번째, 102조에 규정된 근로감독관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점. 두번째, 대부분 기업체가 아직 근로기준법 내용과 정신을 심오하게 체득하고 있지 못한 점. 세번째, 직장 단위 근로자들 자신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률상 권익을 고수하는데 노력을 경주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마산의 실정은 주로 군소공장에서는 법에 의거한 근로기준은 자주 유린되고 있으며 더욱이 있어야 할 의료시설은 거의 준비되지 않고 있는 실정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 악폐를 일소하고 법률 그대로 근로자의 생활 향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체를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일선 행정청에 부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감독관 설치가 미루어지고 있어 근로자 실태조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고 하는 것은 근로감독관설치는 어느 때가 될것인가? 근로자들의 생활향상은 다만 기업주들의 도의적 책임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까? 근로기준법 운영에 대한 지난 1년간의 실정에 비추어 이제는 일깨우는 시기가 아니라 강력한 법의 실효시기로 동법 운영에 새로운 행정 조치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류가 인공위성을 최초로 발사한 시기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바로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입니다.

냉전시기에 소련이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하자 미국은 쇼크를 받게 됩니다. 이것을 스푸트니크 충격이라고 하는데요. 전세계에서 무기체계와 과학기술 전반으로 가장 앞서있다고 자신하던 미국이 소련보다 인공위성 발사에서 뒤쳐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미국은 소련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의 선제 공격을 염려하며 1958년에 미 항공우주국(NASA)을 창설하고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는 아폴로계획을 추진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 2]는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기 3년전의 시점으로써, 당시 미국의 국방장관은 인공위성 연구에 관하여 부인해오다가 지난 6년동안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현대적 용어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아요.

[그림 2] 1954년 12월 24일 마산일보 '미국의 인공위성 연구' 관련 기사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그림 2] 1954년 12월 24일 마산일보 ‘미국의 인공위성 연구’ 관련 기사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기사내용]

인공위성 연구 중임을 “윌슨” 미국 국방장관이 확실히 언급

[워싱턴 22일발 로이터] 미국 국방장관 “윌쓴”씨는 인공위성에 관해 기자단의 질문을 (지난 11월 16일에) 받은바 있으며 장관은 국방성으로서는 인공위성의 연구에 관하여 아는바가 없다고 말해 왔다.

지난 11월 16일 “윌슨” 국방장관은 기자단 회견석상에서 인공위성에 관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이에 대하여 “윌슨” 장관은 진행중에 있지 않다고 답변하였다. 그 당시 기자단과의 문답내용은 다음과 같다.

(질문) 초대국방장관 “프레스탈”씨는 1948년 인공위성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고 보고서 속에 기록되었는데 이 연구는 중단되었는가 진행중인가? (답변) 나는 위성의 연구에 관하여 아는 바 없다.

(질문) 소련은 위성건설에 무엇보다도 우선권을 주고 있다고 최근에 발표된 보도가 있는데 귀하는 인공위성 건설을 통해 소련이 공중에서 우리를 제압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답변) 나는 소련이 우리를 제압한다하더라도 나는 하등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윌쓴” 장관은 (입장을 바꿔) 21일 “미국 국방성은 인공위성 창건의 가능성 문제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최소한 6년 동안 인공위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고 말하였다. 또한 “윌쓴” 장관은 1948년 초대 국방장관 “제임스 프레스탈”씨의 보고서 속에 언급된 인공위성 계획에 관하여도 질문 받았는데 그 질문에 대하여 “윌쓴” 장관은 22일 다음과 같은 정식 답변을 하였다. “1948년에 언급된바와 같이 위성계획에 관한 연구는 현재 적극적이며, 기술역량과 상응한 속도로 진행중에 있다. 이와 같은 연구는 국방장관실에서 조정되고 있다.”

1954년 12월 24일 마산일보에 게재된 광고기사 몇 개를 들여다 볼게요. 크리스마스 이브이니 크리스마스 관련 광고가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2개가 있더라구요.

그런데 깜짝 놀랄만한 광고가 있어 먼저 소개합니다. 바로 ‘라듐온구기’라는 치료기입니다.

아래 [그림 3]은 라듐(라디움)온구기 광고인데요.

여기서 ‘라듐(Radium)’이란 퀴리부부가 발견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원소에요. 이 물질은 몸에 매우 유해합니다. 라듐이 인체에 흡수되면 뼈에 쌓이게 되고, 뼈와 적혈구 생성조직을 파괴하여 암세포가 만들어지기도 해요.

그리고 ‘온구기’란 완부를 뜨겁게 뜸질하는 기기를 말하는데요. 아래쪽에 한글로 쑥찜이라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쑥찜기의 한 종류인것 같애요.

문제는 쑥뜸을 뜨는 기계에 라듐이 들어가 있다는 거에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어요. 이 기기를 사용하면 방사선피폭은 피할 수 없어요.

아주 위험합니다.

[그림 3] 라듐온구기 광고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그림 3] 라듐온구기 광고 (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아무튼 광고에 뭐라고 쓰여있는지 볼게요.

풍선그림 안에 있는 글은 ‘여하한 만성위장병, 신경통, 부인병’이라고 되어 있어요. 체중계 옆의 세로 글은 ‘가정 상비 치료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체중계 밑에는 한자로 ‘공무원은 특별 할인함’, ‘월 1관(3.75 kg) 이상 체중 증가’라고 되어 있어요.

광고 중앙에 장치 그림이 있는데요. 라듐 방사선이 위와 장으로 흡수되는 것을 표현하고 있어요. 그림 주변에 ‘기계를 사는 것은 곧 치료’, ‘온돌 장치 완비’라고 쓰여 있습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면 라디움온구기는 과거 방사선피폭에 대한 위험성이 많이 알려지기 전에 사용하던 기기라 현재는 구매할 수도 없겠지만, 누가 준다고 해도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인체에 아주 위험해요.

라듐이 신비의 명약으로 불리며 무분별하게 사용되던 시기의 충격적 역사를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있어 소개합니다.

‘한때 인류를 구원할 신비의 명약이라고 불렸던 ‘라듐’의 충격적인 진실’

아래 [그림 4]는 ‘고려당’ 과자가게 광고에요.

지금이야 외국의 과자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국내산 과자도 먹기 힘든 상황에서 서양에서 들어오는 과자를 맛본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을거에요.

그래서 서양과자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있었어요. 그러니 크리스마스에 그 과자를 선물하면 받는 사람이 아주 기분이 좋았을 거에요.

지금도 과자나 빵집 이름 중에 ‘고려당’이라는 상호명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 광고주도 ‘고려당’을 가게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림 4] 고려당 광고(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그림 4] 고려당 광고(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읽어보면 다음과 같아요.

“크리스마스(X마스) 선물용은 고려당으로. 특별주문은 추가로 제공함. 마산시 창동”

왼쪽 세로글씨는 ‘고급생과자’, 오른쪽 세로글씨는 ‘고급양과자’라고 쓰여 있어요.

여기서 생과자는 가게에서 직접 제조하여 판매하는 과자를 말해요. 그리고 양과자는 서양에서 들어온 과자 종류를 말합니다.

아래 [그림 5]의 왼쪽 광고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백영당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광고에요.

축, 날짜의 월과 일을 빼고 모두 한글로 되어 있어 읽기 편합니다.

[그림 5] 백영당서점 광고(출처: 국립중앙도서관)
[그림 5] 백영당서점 광고(출처: 국립중앙도서관)

여러분들은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 받아 본게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하시나요? 저는 중학교 학창시절 밤 새워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고 하얀색 봉투에 넣어 다음날 친구들한데 나눠 주고 그랬던 것이 기억나요.

다시 그때로 갈 수 있다면 내가 좋아하던 이성 친구한테 특별한 카드 만들어주고 싶어요.

흥미롭고 도움이 되는 글이었나요? 리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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